897화. 선착순

897화. 선착순

조용히 있던 진강이 콧방귀를 뀌며 입을 열었다.

“목청, 다 네가 이 지경까지 됐기에 양아버지가 돼달라고 한 거다. 안 그럼 넌 양아버지 자격을 얻기엔 한참이나 부족한 사람이야.”

이목청이 웃음을 지었다.

“이젠 자격이 충분합니까?”

“뭐 그렇다고 쳐줄 수 있지.”

이목청은 진강을 한번 째려보곤 사방화와 아이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하……, 그 험난한 장치에 빠져 고통을 겪고도 이렇게 건강히 살아있었다니. 하늘의 은덕을 받은 복이 아주 많은 아이입니다. 그 아이 양아버지가 된다는 건 나야말로 최고의 영광입니다.”

“그래, 목청이 너만 이득 보는 거다.”

이목청은 자신의 백발을 만지며 진강을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진강은 괜스레 허공만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사방화는 그만 웃음이 터졌다. 진강도 이목청에 대한 미안함이 무척 컸기에 친우에게 내줄 수 있는 건 기꺼이 다 주고 싶었던 것 같았다. 너무도 아낌없이 주고 싶은 마음에 주특기인 입씨름까지도 멈추지 않는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