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화 두 달 뒤에 정해지는 혼인 날짜 (2)
진강은 유유히 말을 돌려선,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고 귀빈들로 시끌벅적한 왕부 안에 소리 소문 없이 등장했다. 진강의 등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일순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모두가 조용히 그를 주시했다.
아직 분명 소년이었음에도, 진강에게선 연로한 대신들을 보는 것만큼이나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져 다들 저도 모르게 몸이 벌벌 떨렸다. 따뜻한 봄 햇살 아래서도 서리가 어는 것 같은 추위가 느껴졌다. 진강의 등장에, 주위의 온도가 벌써 몇 도는 낮아진 느낌이었다.
“뭐 하러 돌아온 게냐?”
영친왕이 어두운 낯빛으로 진강을 맞았다.
“아버지를 뵈러 왔습니다. 온갖 선행 중 효가 으뜸이니,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생신날에 아버지를 찾아뵙지 않는 건 실로 대역무도한 죄가 아니겠습니까.”
진강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