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9화 암암리의 설득 (2)
사방화, 언신은 서로 눈을 한번 마주치곤 웃었다. 본디 홍안화수란 야사 전기에서 나라를 어지럽혀 멸망케 만든 여인을 칭하는 말이었다. 사방화는 자신이 그렇게 불리리란 생각을 해 본적이 없으나, 현재 진강과 진옥의 모습을 보면 자신이 그저 홍안화수란 누명을 쓴 것만도 아닌 듯했다.
언신도 우스웠다. 저 안의 영강후 나리께선 사방화가 벌써 자신을 찾아와 황태자를 상대하게 할 것이라곤 상상조차 못하고 있으니 말이었다. 벌써부터 자신의 처지를 걱정하고 있는데 사방화의 제안에 응해주고 난 뒤는 어떻게 될까? 밤낮으로 진옥이 영강후부를 어찌할까 불안에 떨며 살게 되려나.
곧 사방화가 언신에게만 들릴 정도로 나직하게 말했다.
“내려갔다 올 테니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언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사방화는 밧줄을 풀고 지붕을 타고 가볍게 착지해 문을 열고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