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4화. 훌륭한 제왕

854화. 훌륭한 제왕

진옥은 홀로 계속 백돌과 흑돌을 번갈아 놓았다. 바둑판에선 흑과 백이 교차하며 아주 빠른 속도로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를 뿜었다.

마지막으로 백돌이 놓이고 전국은 막을 내렸다.

“아주 살벌하네요.”

사방화가 진옥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진옥은 바둑판을 흩트리며 답했다.

“이 정도 살기 가지고 뭘. 밖에 나가면 온 세상이 살기로 가득할 텐데.”

엄청난 높이의 황궁 벽이 가로막고 있음에도 들끓는 민심을 막을 수는 없었다. 사방화는 문득 황궁 바깥쪽을 바라보다 눈썹을 치켜올렸다.

“좋은 거 아닙니까? 아니면 전쟁을 치르겠단 소리에 백성들이 모두 침울해야만 좋으신 건가요?”

“당연히 아니지. 그저 저 민심이 황실이 아닌 황권의 슬픔에서 나오는 것인데 황제인 내가 어찌 마냥 기뻐할 수 있겠소?”

사방화는 그 묘한 뜻을 이해하고 바로 눈을 치켜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