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0화 선황제의 유언 (2)
유언을 읽는 진옥의 표정은 짧은 순간 여러 색으로 변모했다. 밝았다가, 어두웠다가, 푸르렀다가, 창백해지길 반복했다. 그러다 진옥은 한참 후, 오권 쪽으로 성지를 집어던진 뒤 진강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
“역시 아바마마는 네 자식 편이시구나.”
진옥은 이 한마디를 남기고 애써 화를 억누르며 자리를 떠났다.
대신들은 몹시 어두운 낯빛을 하고도 유언의 내용을 궁금해 했다.
오권은 떠나가는 진옥을 한번 쳐다본 뒤, 큰 소리로 유언을 낭독했다.
“천명을 받들어 선황폐하께서 말씀하시길, 오늘 잠에서 깨어나 보니 여태 사씨에게 해왔던 일들이 타당치 않았다는 게 비로소 절실히 느껴지도다. 늦게나마 깨닫게 됐지만 이미 되돌릴 힘도 없고 며칠 사이 정신도 혼탁해짐을 느낀다.
일전에 해왔던 일들에 대해 과오를 논한다는 것은 자연히 후세대에 이루어질 것이나, 오직 한 가지 일에 있어선 짐이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