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6화 또 다른 누군가의 죽음



676화 또 다른 누군가의 죽음

작은 서재에 다다라 문을 열자 익숙한 그림이 눈에 보였다. 사방화는 잠시 그림을 응시하다 우산을 접고 안쪽으로 향했다.

사방화가 청음으로 살던 시절, 이 서재는 어딘가 조금 허전해보였다. 그에 사방화는 시집을 오며 책을 많이 챙겨와 서재를 한 가득 메웠다. 이제 이 서재는 예전 그 허전한 느낌은커녕 빽빽하다 못해 좁아 보이기까지 했다.

사방화는 책장을 따라 한두 권 지나쳐오다, 세 번째 책장에 멈춰 섰다. 그녀가 가장 안쪽에서 꺼낸 책은 야사괴문(野史怪闻)의 여행기였다.

겉표지도 낡고 종이도 노랗게 바래버렸지만, 겉보기엔 보통 책들과 달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책 전체엔 휘갈겨 쓴 글씨로 평론이 가득 차 있었다. 한 마디, 한 마디 다 허를 찌르는 것 같은 내용이었다.

사방화는 벽에 기대 천천히 책을 넘겨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