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3화. 애지중지하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짧은 반나절간의 혼약이 한줌 재로 사라져버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정효양의 눈꺼풀도 살짝 떨렸다.
성지가 다 타고, 진옥이 황명을 내렸다.
“다시 명한다. 금연 군주와 정효양 공자에게 사혼을 내리겠노라.”
소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말씀 받들겠습니다, 폐하.”
의지관은 서둘러 그 자리에서 성지를 써 내려갔다.
그런데 성지가 반쯤 완성되었을 즈음, 정효양이 갑자기 소리쳤다.
“안 됩니다! 동의할 수 없습니다!”
진옥이 차가운 눈빛을 번쩍이며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껏 네놈이 멋대로 구는 것도 다 받아주었거늘 더 이상 3번은 용납할 수 없다. 네 뜻을 확실하게 표해라.”
그러자 정효양이 목을 빳빳이 쳐들며 말했다.
“저리 무서운 배필을 맞았다간 일찍 죽을 겁니다. 결코 그럴 순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