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화 비가 내리다 (1)
사은향은 아직도 진경이 사방화의 얼굴을 보고 짓던 멍한 눈빛을 좀체 잊을 수가 없었다. 사실, 사은향은 자신이 조모의 훌륭한 교육을 받고 자라왔다는 것과 그래도 꽤 괜찮은 편이라 생각했던 외모에 만족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글씨를 통해 연심을 키워갔던 첫 연모의 대상은 다른 사람의 외모만을 칭송하며 자신에게 눈길 한 번을 허락지 않고 있었다. 이에 사은향의 마음은 그렇게 점점 더 상처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진경, 나는 죽은 사람 취급하는 것이냐?”
그 때, 갑자기 진강의 차가운 음성이 이어졌다. 진경은 지붕 위의 그 매서운 바람보다 더한 한기를 느끼고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에이, 형님. 형님께서 방화 누님을 매우 연모하신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오랜만에 뵙기도 했고, 여태 사방화 아가씨께서 면사포로 얼굴을 가리고 계시거나 창백한 낯만 보이셔서 이렇게 건강해 보이는 얼굴을 본 건 처음이에요. 놀랍고 반가워서 그런 것이지 별 뜻은 없었어요! 저도 제 목숨이 소중한 사람이거든요. 형님께 절대 죄를 짓는 일은 없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