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화 초상화 (2)
사방화는 정해진 경로 없이 천천히 해당원의 작은 길을 따라 걸어갔다. 경성으로 돌아온 지 벌써 두 달이나 되었지만, 사방화는 이제야 자신의 해당원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었다.
이전 생에서 사방화는 이 해당원 밖을 나가본 적이 없었다. 전생에선 무려 16년이라는 세월을 해당원에서만 보내다가 죽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마 다른 사람들은 평생에 가보지도 못할 막북에도 가보았으며, 그 외에도 쉽게 체험할 수 없는 많은 경험을 다양하게 겪게 되었다. 그러면서 어느새 전생과 현생은 매우 현저하게 달라져 갔다. 아니, 반드시 달라져야만 했다.
반 시진 후, 사방화는 높은 담벼락 밑에 서서 벽에 그려져 있는 흔적을 바라봤다.
시간이 많이 지났기에 그림은 색이 옅어져 어렴풋한 윤곽만 남아있었다. 이 그림은 부모님이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사묵함이 그녀를 안고 이 벽에 쪼그리고 앉아 그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