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화. 선택지
진강은 불길이 여러 갈래로 타오르는 것을 보며 남진 강산의 미래를 생각했다. 곧 이 강산도 이 불꽃처럼 타오를 것 같이 느껴졌다. 정효양의 말처럼 300년을 이어온 이 강산도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세워야 할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그러나 남진 강산 외에도 그의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은 과연 사랑하는 그녀와 한평생을 함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었다.
어젯밤 그는 자신의 욕심이 더 커져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전엔 그저 사방화와 함께 구천으로 가면 그만이라 생각했지만, 이젠 그녀와 머리가 하얗게 셀 때까지 오래오래 함께 늙어가고 싶었다.
정효양은 문득 내내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던 진강의 등 뒤로 갑작스레 흘러넘치는 무거운 기운을 감지했다. 그 기운은 실로 천하를 다 압도할 만큼 사람의 숨을 턱, 막히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