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4화 겹겹이 포위당하다 (1)
사임계가 차갑게 식은 눈동자로 부모님을 바라보았다. 저들은 아직도 충용후부를 해치고 싶다는 욕망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 야심과 욕망에 가려진 눈은 사씨 일맥이 이토록 막강한 부와 번영을 누려온 것이 모두 충용후부의 공이었다는 것도 까맣게 지워버린 지 오래였다. 부모님에 관한 실망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지만, 이번만큼 비통어린 실망감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지만, 참 역설적이게도 사람의 가장 큰 울타리인 부모만큼은 선택을 할 수가 없다. 만약 부모도 선택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면, 사임계는 두 번 다신 도저히 이 분들을 부모로 선택할 자신이 없었다. 바람 앞의 촛불 같은 상황에서도 충용후부를 향한 욕망의 눈동자를 희번덕거리는 부모를 보며, 사임계가 서글픈 눈동자로 탁자를 쾅, 내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