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9화. 서명이 없는 시
사방화는 여전히 까불대는 경가를 보며 웃음이 나왔다. 언신도, 사운란도 알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지고, 이목청도 마음의 상처로 백발을 얻고 주변 모든 게 하나둘씩 변해갔지만, 경가만은 늘 그 자리, 그 모습 그대로였다.
사방화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곁에서 진강이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에잇, 짜증 나는 놈! 조용히 있고 싶었는데 저놈이 다 망쳤어!”
사방화는 진강의 팔을 톡, 때렸다.
“경가를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진강이 눈썹을 들썩이자 사방화는 그의 부드러운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진강, 당신이 온종일 나만 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으니 할 일을 줘서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주려고 하는 거잖아요. 우선 아침 드시고 도와주세요.”
진강은 입술을 내밀고 볼통하게 있다가 사방화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같이 갈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