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6화. 매섭고 치열한
이내 이목청은 형양 정씨부에 다다랐다.
말에서 내리자마자 누군가 곧장 대문을 열어주었다.
슬픔에 잠긴 호위들, 메말라버린 초목들, 쓸쓸하고 어두운 기운, 형양 정씨부는 그야말로 참혹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전해지는 그 암울한 기운에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
멍한 얼굴로 하얗게 질린 이목청은 그 자리에 서서 한 걸음도 채 떼지 못했다. 그간 간신히 붙들고 있던 이성도 금세 다 빠져나가 살랑이는 바람에도 금방 쓰러져버릴 것만 같았다.
“소왕비마마!”
뒤에선 소등자가 울면서 안으로 뛰쳐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목청은 그제야 겨우 발을 떼 소등자보다 앞서 걷기 시작했다.
객실은 과연 소문대로 초토화되어 온통 처참한 잔해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바닥에 누워 있는 여자 시신 또한 정말 시화, 시묵이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