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화. 엽가의 방문 (1)
이장로는 살짝 비틀거리며 일어서더니, 입가의 핏자국을 닦으면서 환하게 웃었다. 얼굴에 꽃이라도 핀 듯, 화사해보이는 웃음이었다.
“젊은 영재로군. 패배를 인정하겠습니다.”
그에게선 이전에 보였던 오만한 모습이 사라져 있었다. 심지어 그의 말투에서는 고약운을 향한 존경심도 드러났다.
설령 가주라 할지라도 이장로 자신을 단 한 번 공격하는 것만으론 이길 수 없었는데, 뜻밖에도 그 일을 고 소저가 해냈다.
“모용가가 아가씨를 따르는 것에 이의 없습니다. 기꺼이 따르도록 하지요.”
그 말에 고약운이 가볍게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는 모용가의 충성을 원할 뿐, 모용가를 가질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니 가주도 바뀌지 않을 거예요. 아, 물론 누군가가 나를 배신한다면, 사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게끔 보복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