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무왕 대 무왕

32화. 무왕 대 무왕

석양이 질 무렵이었다.

여로는 석상처럼 고약운의 방앞에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아가씨께서 방 안에 들어가신 지 하루가 지났는데, 아직도 방 안에선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건지 모르겠으나, 여로는 그저 고약운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로가 무슨 상황인지 종잡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방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고약운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로, 안으로 들어오세요.”

“아가씨?”

여로는 몸을 돌려 방안에 서 있는 소녀를 바라봤다.

“아가씨, 저를 오늘 왜 찾으셨습니까?”

“여로. 이 단약을 드세요.”

고약운이 손을 펼치자, 그녀의 손바닥 위에 녹색 단약이 있었다.

“이건…….”

‘이건 취기단이 아닌가?’

그러나 분명 아가씨는 취기단을 복용하는 건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