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화. 증거 (1)
그 말에 천북야가 천천히 일어났다. 창밖으로부터 흘러들어온 석양이 은빛 머리 위에 떨어지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초설은 그 모습을 보고 잠시 넋을 놓았지만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녀의 마음속에 머물고 있는,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은 금제 한 명뿐이기 때문이었다. 천북야는 금제보다 외모가 더 뛰어난 사내이지만, 그녀에게 있어 금제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대단하진 않았다.
“뭐, 뭘 하려는 거죠?”
천북야가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자, 하초설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드러났다. 설마 말 몇 마디에 넘어가 자신이 마음에 든 것일까? 하지만 그녀는 절대로 이 사내에게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금제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자신을 건드려선 안 되었다.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온 천북야를 보게 된 하초설은 순간적으로 하명의 분부를 잊어버렸다. 그녀는 빛나는 손을 들어 천북야의 가슴을 향해 내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