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화. 하가의 사람이 오다 (5)
“운이가 널 보고 싶어 할 거야.”
좌상진은 부채를 접고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 휘어진 매력적인 눈이 남자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요 몇 년 약운이가 겪은 고통을 너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어. 정말 나타나지 않을 거야?”
그러나 따듯한 햇빛도 남자의 한기를 몰아낼 수는 없었다.
좌상진은 이 순간 속이 답답했으며, 가슴도 먹먹했다.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남자의 얼굴 위로 그 누구에게서도 느껴본 적 없는 무거운 감정이 드리워졌다.
“너…….”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알릴 수 없습니다. 지금 폐관 수련하고 있는 사람이 내가 아니란 걸 그 누구도 눈치채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자들에게 먹이를 던져주는 셈이겠죠. 그리고 내 뒤에는 더 강한 적들이 있습니다. 충분한 실력을 쌓을 때까지, 이런 식으로 운이를 지킬 수밖에는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