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화. 정체

96화. 정체

이제껏 영서의 눈에 시혁은 매우 신사답고 신중하며 절제되고 예의 있게 보였다. 그러나 이렇게 갑작스럽고 매서운 키스는 영서로 하여금 시혁의 이미지를 다시 생각하게끔 했다.

그녀는 허리가 너무 조여져 끊어질 것 같았고, 입술이 물어 뜯겨 입안에 피 맛이 났으며 혀는 거의 마비가 올 지경이었다. 마치 시혁에게 통째로 삼켜지는 기분이 들었다.

“읍……, 유…….”

영서가 조금의 반항이라도 할라치면, 시혁은 더 강하게 영서를 제압했다. 시혁은 그야말로 폭군 같았다.

그때 갑작스럽게 목에 통증이 온 영서의 얼굴이 심하게 찌푸려졌다. 시혁은 눈앞에서 피가 잔뜩 묻은 사냥감을 본 짐승처럼 이성을 잃어 영서를 당황하게 했다.

영서는 묶여 있는 손을 풀어 머리에 꽂혀 있는 목제 비녀를 뽑았다. 그리고 재빨리 시혁의 무방비한 목덜미를 겨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