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화. 찬물을 끼얹다

82화. 찬물을 끼얹다

다음 날 아침, 하룻밤 동안 잠을 자지 못한 영서는 일어날 용기가 나지 않아 계속 침대에 숨어 있었다.

결국, 영서는 몰래 민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지 씨, 큰 도련님 출근했나요?”

“아니요! 그런데 큰 도련님 매우 바빠 보이세요. 아래층에 내려와서부터 계속 전화만 하시고, 정 기사님께서도 언제 출발하실 건지 물어보려고 급히 오셨고요.”

“그다음에는요?”

“그다음에는, 큰 도련님 아직도 안 가셨어요! 계속 1층에 계세요! 뭘 기다리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영서는 말문이 막혔다.

“…….”

‘피할 수 없을 거 같군!’

영서는 여러 차례 심호흡을 한 후, 마음을 추스르며 매우 두꺼운 가면을 쓴 것처럼 담담하고 자연스러운 얼굴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시혁은 소파에 앉아 있었고, 옆에서는 정봉이 손에 서류 뭉치를 들고 초조해하면서도 재촉하지 못해 난처한 얼굴을 한 채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