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화. 바로 무를 뽑을 거예요

86화. 바로 무를 뽑을 거예요

건물에 도착하자 영서는 집 문을 열었다. 오랜 기간 사람이 살지 않았기에 모든 물건은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그리고 창문은 언제 열렸는지 모르겠지만, 그 사이로 들어온 낙엽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서늘한 가을바람이 창문을 뚫고 들어오고 있었으며, 시혁은 현관에 서서 따뜻한 눈빛으로 방 구석구석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왜 그래요?”

영서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그에게 물었다.

“아무 일도 아니에요.”

시혁은 시선을 거두었다.

스타라이트가 그녀에게 제공해준 건 낡은 숙소지만, 시혁에겐 영서와의 소중한 추억이 있는 집이었다.

‘음, 나중에 사람 시켜서 방을 사야겠어……’

“뭐 도와드릴 거 있나요?”

시혁이 물었다.

영서는 머리를 긁적이며 커다란 상자를 찾아오더니 높은 책장을 가리키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