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화. 나중에 쇼핑하자

144화. 나중에 쇼핑하자

영순의 표정이 좋지 않자 현정 스님이 물었다.

“아직 일이 안 끝났나요?”

영순은 정신을 차리고 계속 그 종이를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현철이 화낼 걸 걱정되었고, 또 영서와의 궁합이 필요 없다고 느껴져 황급히 작별 인사를 했다.

“아니요, 없습니다. 스님 일 보세요!”

영순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

하지만 영순이 너무 서두르다 보니, 갈색 종이 한 장이 영순의 가방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영순은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제 갈 길을 떠나고 있는데, 뒤에서 현정 스님이 이를 보고 허리를 굽혀 그 종이를 주우며 말했다.

“안 시주, 잠시만요. 이것을 떨어뜨리셨군요. 아…….”

스님을 말을 하며 그 사주가 쓰여 있는 종이를 응시했다. 그는 이를 보며 다소 이상하게 여겼다.

“이 사주는…….”

영순은 현정 스님의 목소리를 듣고 황급히 몸을 돌렸다. 스님은 손에 영서의 사주팔자를 쥐고 있었고, 아까부터 변치 않던 안색이 지금은 확 바뀌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