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7 화
도련님, 염라대왕으로 변하다
기분 좋은 영서에 비해, 이 시각 회장실 안. 시혁과 지훈은 민우에게 계속 시달려 신경쇠약에 걸릴 정도였다.
지훈은 죽은 물고기처럼 소파에 엎어져 있었고, 옆에서 민우는 굳건히 패드를 들고 지훈에게 연신 질문을 하고 있었다.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민우가…… 말을 안 하는 게 어쩌면 다행일지도 몰라…….”
지훈이 혼미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말을 하지 않고도 이렇게 괴롭히는데, 말을 하면 얼마나 더할까?’
시혁은 미간을 짚었다. 그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그는 당연히 민우를 엄하게 대하거나 큰소리조차 낼 수도 없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영서가 제일 먼저 날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그래도 지훈이 제때 와줘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시혁 혼자서 민우의 행동을 다 받아주지 못했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