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화. 마지막 이야기

285화. 마지막 이야기

잃어버린 평원은 마치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고요했다.

지장보살은 자신의 궁전으로 돌아갔고 염라대왕 역시 자신의 궁으로 돌아갔다.

저승은 또 다시 원래의 질서를 되찾으며 원래대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범수는 여전히 멍한 얼굴로 잃어버린 평원에 남아있었다.

이 모든 것을 잊고 싶었으나 잊으려 할수록 더욱 더 또렷이 생각이 났다. 당장이라도 자아를 잃고 미쳐버리고 싶었지만 끝없는 절망과 슬픔만이 밀려왔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지만 범수는 마치 돌부처라도 된 것처럼 멍하게 앉아서 움직이지 않았다.

연희가 조용히 범수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범수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듯 여전히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연희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벌써 여기 한 달째 이러고 앉아 있는 거 알아요? 최 차사님이 볼 일이 있다고 하던데. 암튼 얼른 안 돌아가면 범수씨 육체를 화장할지도 모른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