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화. 소라고둥
팔계의 말대로 천장에는 벌레들이 잔뜩 붙어있었다.
“설마 사람을 물거나 하지는 않겠죠….”
범수가 걱정된다는 듯 묻자, 팔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문다는 말은 들어본 적은 없지만… 허나 실제로 본 사람은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혈석충은 극도로 깊은 지하에서 바위를 갉아먹으며 살아간다고 들었습니다. 어두운 곳에 살아서 눈은 이미 퇴화되었으니… 아마 사형이 자기들 앞에 있는지도 모를 겁니다.”
“극도로 깊은 지하라고요? 그럴 리가요… 겨우 얼마나 걸어왔다고… 그나저나 진짜 징그럽게 생겼네요….”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길은 이 길 하나뿐이니까요. 아니면 여기서 돌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순 없죠. 겨우 벌레 따위에 굴복하면, 사내대장부라고 할 수 있겠어요? 잠깐만요. 일단 옷 좀 단단히 입고 계속 가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