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화. 추깃물
“네놈은 나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토막귀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희색귀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맞다. 난 네놈의 상대가 되지 않지.”
“그런데도 인간들의 편을 드는 거냐?”
희색귀는 토막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얼굴을 일그러뜨리더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통곡하기 시작했다.
흑흑흑흑.
땅과 하늘을 뒤흔드는 듯한 통곡성이 사방에 메아리쳤다. 멍하게 서 있던 여경의 뺨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 왜 이러지?”
여경뿐만이 아니었다. 고목 도사도 가슴이 아리는 느낌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마치 수십 년간 참아왔던 비통함이 한 번에 쏟아지는 듯했다.
범수마저도 감정에 휘둘려 눈물을 흘릴 뻔했다. 친어머니의 죽음, 아버지의 가정폭력, 동생의 손을 잡고 떠난 새어머니의 모습이 차례차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