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4화. 승리와 패배
안나가 지하에 마련된 임시 지휘부에 들어갔을 때, 그 안의 분위기는 이미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가 온 것을 보고 모든 사람들이 분분히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왕비님을 뵈옵니다!”
테브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적들의 계략을 파악하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그들의 기습에 대처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제 실책입니다.”
“이럴 필요 없어요.”
안나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전투에 참여했던 이들이 무사하기를 바랄 뿐이에요. 그들의 상황은 어떤지 물어보고 싶어서 온 거에요. 다들 괜찮은가요?”
왕비가 되기는 했지만, 안나는 여전히 이런 상황이 익숙지 않았다. 특히나 웬디나 아가사 등의 사람들까지 그녀에게 예를 갖출 때는 너무나도 불편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입 밖으로 그 말을 내본 적은 없었지만, 이전처럼 마녀 연맹의 구성원들과 자매처럼 지내던 때가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