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8화. 좁은 길에서는 강한 자가 이기는 법

888화. 좁은 길에서는 강한 자가 이기는 법

피시볼은 전세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줄곧 죽더라도 상대의 발목이라도 붙잡겠다는 마음으로 전투에 임하고 있었지만, 상대로부터 느껴지는 압박은 그의 예상보다 한참이나 약했다.

퍼렐 평원에서 악마와 전투를 하던 당시에는 전장에 서 있기만 해도 느껴지는 강한 압박감에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머릿속에 드는 생각이라고는 사격을 해야 한다는 것밖에 없었으며, 온몸이 긴장감으로 인해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하지만 지금 그는 전우들의 상태를 확인할 만한 여유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습격자들의 상황을 살피고 그들이 앞으로 취할 행동까지 예측할 수 있었다.

몇 차례나 뒤로 물러난 적들의 움직임도 이전보다 훨씬 느려진 상태였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대폭 길어진 제1군의 사격 간격이었다. 탄약을 아끼기 위해 제1군은 귀족 연합군이 앞쪽으로 달려들 때에만 집중적으로 사격했지만, 가장 최근의 집중 사격이 있었던 것도 벌써 한 시간 전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