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0화. 신호

990화. 신호

올라간 고개는 한쪽은 완만했고 다른 한쪽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양쪽의 높이 차이가 120, 30미터 정도에 이르렀다. 꼭대기에는 수풀이 우거져 있어 몸을 숨기기에도 적당한 지형이었다.

유일한 단점이 있다고 한다면 안개가 상당히 짙다는 것이었다. 사방을 뒤덮고 있는 붉은 안개로 인해 수풀 안쪽의 시야는 상당히 좋지 않았다. 밖을 관찰하는 데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축축한 붉은 안개에 둘러싸이는 느낌은 결코 좋다고 할 수 없었다.

“불을 좀 지펴서 안개를 몰아내고, 주위를 꼼꼼히 조사하도록.”

피시볼이 사격하기 좋은 장소를 찾아 총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분명 나쁘지 않은 장소였다. 앞쪽으로 돌출된 언덕은 특히나 배후의 방어가 거의 없는 기형 악마들을 처리하기에 아주 적합한 장소였다.

적들이 새로운 공격을 시작해오기 전에 이곳의 좌표를 지도에 표시해 놓아야겠다고 피시볼은 생각했다. 앞으로 또 쓸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