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2화. 서쪽 경계 너머

982화. 서쪽 경계 너머

한참이 지난 후에야 로렌은 드문드문한 눈꽃 속의 기준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금방이라도 꺼질 듯 어두운 그 빛은 커다란 벽에 찍힌 바늘 자국처럼 아주 작고 희미했다.

그 기준점을 찾아내자, 점점 더 많은 빛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순간 로렌은 자신이 정말로 우주에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빛들은 너무 가지런하게 정렬이 되어 있었고, 간격도 일정했다. 도저히 자연적인 천체로는 보이지 않았다.

“묻는다. 중력이 뭐지?”

로렌이 눈을 크게 뜨고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그때, 뒤쪽에서 돌연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휙, 하고 몸을 돌리자,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회색 그림자 하나가 로렌의 시야에 들어왔다. 상대는 실체를 갖추지 못한 듯 불안정하게 표류하고 있었다.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심지어 그가 사용하는 것이 인간의 언어인지조차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로렌은 분명하게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