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2화. 바라는 세계

682화. 바라는 세계

차가운 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오는 겨울밤, 윈터리스 사람들 중 대부분은 이미 잠자리에 들었지만, 로렌에게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

“오늘도 늦게 주무시게요?”

아멜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로렌은 목 근육을 좀 푼 다음, 깃털을 쥐며 말했다.

“다들 가까스로 희망을 봤는데, 모든 것을 수포로 만들어버릴 수는 없지. 길이길이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 잠을 적게 자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가요? 제가 보기에는, 속마음은 좀 다른 것 같은데.”

“흠……. 내 말은 다 믿는다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능력을 이용해 전하의 본심을 파악하라는 것은 전하께서 직접 지시하신 일인걸요.”

“그래, 그래. 다 내 탓이야. 됐어?”

로렌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어찌 되었든 악마에게도, 신의 뜻이라고 하는 것에도 지고 싶은 생각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