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5화. 이제 시작
안나의 표정이나 말투에서는 말싸움을 하겠다는 의도 따위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도 안나의 순수하고 진지한 눈빛 때문일 터였다.
이디스도 기세를 누그러뜨리고, 가슴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왕비님의 말씀이 틀리지 않습니다. 저 역시 진정한 의미의 대전을 치러본 적은 없죠. 하지만 이곳에 그런 전쟁을 경험한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녀의 표정을 보신다면, 이번 전투의 결과가 어떤지 알게 되실 겁니다.”
그녀?
모든 사람들은 북쪽 경계의 진주가 시선을 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긴 탁자 끄트머리에는 찻잔을 든 채 멀뚱멀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타키라 유민의 대표, 필리스가 앉아있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의기양양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녀는 찻잔에 든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마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료를 마시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