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3화. 저울의 균형
침묵의 재난은 발키리스와 함께 아파트 복도를 따라 한쪽으로 걸어갔다.
고개를 돌려보니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거대한 도시가 시야에 들어왔다. 사각형 모양의 회색 고층 건물이 늘어서 있는 모습은 탄생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양으로 따지자면 탄생탑보다 몇 배는 더 많았다. 그 건물들은 가로와 세로로 얽힌 도로를 따라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퍼져있었고, 신이 만든 신이라도 이 웅장한 도시를 다 덮지는 못할 것 같았다.
도시의 경관이 주는 강렬한 충격에 세라차스는 저도 모르게 숨을 헐떡였다.
이전에 창문 너머로 힐끗 보았던 경관도 엄청난 충격을 주었지만, 방에서 나온 뒤 보게 된 경관은 그의 상상을 훨씬 능가했다.
무엇보다 믿을 수 없는 것은 도시 곳곳을 누비는 인영들이었다. 그들은 마력을 가진 존재에게 흡수된 것 같지도 않았고, 의식 영역이 만들어낸 의식 없는 이들 같지도 않았다. 그것이 바로 수석 성좌와 이곳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