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화. 운명을 바꿀 사람
2주 후, 그러니까 여름 두 번째 달의 말엽, 로렌이 마침내 헤르메스에 도착했다.
북쪽 지역의 주둔군과 마녀들이 신성 도시 입구에서 그를 맞이했다. 환영 대열에는 교회의 제복인 검은색 치마를 입고 있는 수녀들도 드문드문 섞여 있었다.
이미 라이튼을 통해 교회 고위층 집단이 모두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상태였지만, 텅 비어있는 이 고원에 직접 도착하고 나서도 좀처럼 믿을 수가 없었다.
예상했던 치열한 전투도 없었고, 신벌 마녀나 새로운 박격포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이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였지만, 허공에 주먹을 날린 것만 같은 허탈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어찌됐든 출정 전 이사벨라를 데리고 가기로 한 것은 아주 정확한 판단이었다.
로렌은 매 얼굴과 아가사의 보고를 통해 교회의 이상 상황을 파악한 이 전임 순결자가 수도원의 고아들을 알맞게 처리한 뒤, 북쪽 지역 주둔군에게 헤르메스 신성 도시에 잠입해 조사를 진행해도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