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5화. 기적을 목격하다
손을 뻗어 얼굴을 가린 두건을 치운 탈로스는 크게 소리를 내지르며 앞으로 달려듦과 동시에 단검을 빼 들었다. 여자를 놀라게 한 뒤 곧장 그 목에 검을 가져다 대면, 그것으로 아주 간단히 상황이 끝날 것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상대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녀는 두건 아래 드러난 그의 끔찍한 얼굴에도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더욱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여자 마부가 살짝 옆으로 몸을 틀더니, 두 손으로 쇠몽둥이를 높이 쳐든 것이다.
틀림없는, 검술 동작이었다.
이 여자 검술을 알고 있나?
탈로스의 머리에 그런 생각이 스치는 순간, 상대가 곧장 들고 있던 쇠몽둥이를 휘둘렀다.
젠장!
문외한들에게는 그저 죽음을 자초하는 행동으로 보이겠지만, 탈로스는 그 일격에 담긴 범상치 않은 기세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