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5화. 이리소녀전
성 안의 욕실에서 땀을 씻어낸 루가는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은 채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꼬리가 완전히 마르기도 전에 부드러운 침대로 뛰어들었다.
하루 종일 훈련을 하느라 모든 체력을 거의 다 소진한 탓인지 온몸이 시큰거렸지만, 마음만큼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자신의 기교가 얼마나 늘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계속되는 방탕한 생활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에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보람찬 마음을 안고 단잠에 빠지는 것뿐이었다.
바로 그때, 그녀의 눈에 침대 머리맡에 놓인 노란색 가죽 책이 들어왔다.
아 맞다, 극본.
루가가 귀를 쫑긋 세우자 머리를 감싸고 있던 수건이 툭하고 떨어졌다. 루가는 가운을 벗고 이불 속에 파묻힌 채 손을 뻗어 극본을 쥐었다.
메이 란니사는 어떤 연극이든 일단 내용에 익숙해져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혹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거든 언제든 찾아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