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8화. 빈 손
하이드가 말했던 것처럼 그녀는 도르트 서미 자작의 침실에 들어가 비수 하나로 과거에 있었던 모든 이야기들을 털어놓게 할 수 있었다.
대다수의 귀족들은 번득이는 칼끝에 기겁을 하며 얌전히 굴기 마련이었으며, 고집이 있는 사람이라도 손톱을 뽑아주면 곧장 모든 것을 실토했다.
만약 부모님의 죽음이 정말 자작과 관련이 있다면, 그녀는 피의 복수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멜리아에게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특히나 방금과 같은 일을 겪고 난 뒤에는 더더욱.
지금 그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믿을 만한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에게 깊은 신임을 얻고 있었다.
때문에 그녀는 어둠의 자객으로 활동했던 시절과는 다른 방법으로 이 일을 해결하고 싶었다. 로렌이라면 그녀가 진한 피 비린내를 뒤집어쓰고 돌아오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