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8화. 첫발
새벽녘의 빛이 성벽을 넘어 수도 안쪽에 이르렀을 무렵, 이미 큰길과 골목 곳곳에는 구경꾼들이 가득했다.
골목을 가득 메운 구경꾼들의 눈에서는 일종의 광기 같은 것이 가득했다. 본래 그들은 귀족이니, 기사니 하는 것들과는 평생 눈조차 마주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들과 자신들 사이에는 날 때부터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했으니까.
그런데 귀족도, 기사도 아닌 왕이 끌어내려 진다니! 왕이 바뀐다고 자신들의 신분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지만, 왕이 교체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의 가슴에는 뜨거운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퀸 백작의 대열을 따라 천천히 전진했을 때, 그들은 심지어 자신이 이 복잡한 정세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까지 하게 되었다.
오늘은 그야말로 ‘역사적인 날’이었다. 전투가 끝나면, 글로리아의 국왕이 바뀔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