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6화. 제사

816화. 제사

“다른 악에 물든 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는 것 같아.”

로렌은 야간 관측기를 내리고 격자 너머로 아래쪽의 작업장을 내려다보았다. 아래 쪽에서는 정장을 입은 사내의 지시에 따라 한 무리의 악에 물든 자들이 세 개의 컨테이너를 들고 느릿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완전히 꼭두각시가 된 건, 아직 아닌가⋯⋯.”

이욘이 의아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몇 명의 보수파 격투사들도 미간을 찌푸렸다.

말기에 이르러 완벽히 야수화가 된 악에 물든 자들에 비하면, 인간도 야수도 아닌 중간 정도의 상태인 악에 물든 자가 더욱 어려운 상대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동정심 따위의 감정은 잃었으면서도 교활하고, 음흉한 인간의 성질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 이런 상태에 이를 수 있는 이들은 대부분 타락하기 전 어느 정도 인기를 누리던 각성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