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1화. 계시

1031화. 계시

아멜리아는 자신의 동작이 갈수록 유려해지는 것을 느꼈다.

뭔가가 이전과 달라진 것 같았다.

구체적으로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안개 속에서 자신을 돕는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왜곡된 윤곽은 그녀를 지켜줌과 동시에 위험하게 만드는 날카로운 칼 같았다. 조금만 마음을 놓는다면 자신의 능력에 의해 갈갈이 찢겨버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그 흑백의 세상은 양처럼 온순하게 그녀가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어주었다.

10분도 지나지 않아 그녀는 둥지의 어머니 세 마리를 해치웠지만, 그녀의 몸은 털끝하나 다치지 않은 상태였다.

전적으로 따지자면 초월자 중의 초월자에 비견되는 침묵의 재난도 그녀를 능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아멜리아는 더욱 의기양양해졌다.

유일하게 그녀를 귀찮게 구는 것은 몸에 묻은 점액이었다. 상대의 날카로운 발톱과 촉수는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지만, 냄새나는 장기를 꿰뚫을 때마다 온몸이 점액에 푹 적셔지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