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7화. 아주 머나먼 옛날
이곳은 인류가 가진 어떤 수단으로도 찾아낼 수 없는 공간이었고, 밖을 지키고 있는 악에 물든 자들의 숫자도 만만치 않아, 본래대로라면 그 어떠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아야 하는 곳이었다.
곧 어둠 속에서 그 발소리를 낸 이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째서 너희들이?”
감마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상대는 인간의 형태로 위장을 한 입실론이었다.
계획에 따르면 입실론은 인간의 지원을 막아 델타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맡았었다. 즉, 델타가 성공하지 못했다면 입실론 역시 살아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감마의 질문에 답을 하기도 전에 다섯 손가락을 모아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손과 팔이 번개와 같은 속도로 감마의 가슴을 꿰뚫었다.
동시에 덜컥, 하는 소리와 함께 감마의 가면이 떨어지면서 그 아래쪽에 숨겨져 있던 아스트롤라베가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