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2화. 세계의 형태
로렌이 알고 있는 것은 란이 언급한 바텀리스의 ‘방향’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제이드의 경험이 그것의 존재를 현실로 바꾸어주었다.
“아니, 이 정도면 충분하지.”
로렌은 다급하게 책장에서 커다란 지도를 꺼내 책상 앞쪽의 바닥에 펼친 뒤, 카밀라의 그림을 지도에 그려진 대륙의 북동쪽에 배치했다.
“대략 이쯤에 있어.”
“그게 대체 뭐죠?”
카밀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구덩이 같아 보이지는 않는데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로렌이 반문했다.
“당연한 거 아닌가요.”
카밀라가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구덩이가 어떻게 그렇게 완벽한 원형을 이룰 수 있겠어요. 그리고 그 기괴한 해저도, 허공에 뜬 바다도, 전부 다 이상하잖아요.”
로렌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난 세상에 ‘자연적’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