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화. 거꾸로 비친 과거
“아 참, 아주 잘했다.”
로렌이 이사벨라를 향해 말했다.
“그대가 아니었다면 신성 도시는 이렇게 빨리 질서를 되찾지 못했을 거야.”
이사벨라는 로렌의 시선을 살짝 피하며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전하께서는⋯⋯ 조금도 개의치 않으십니까? 저는 교황의 대행자 행세를 하며 그 버림받은 자들을 이끌었습니다.”
이사벨라가 교회의 사정을 날조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디스와 매 얼굴, 그리고 이사벨라 본인의 보고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북쪽 지역의 진주는 이사벨라의 그런 행동이 두 신성 도시를 크렘의 통치 아래 들어오게 했으며, 교회의 수백 년 역사를 흡수하게 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로렌의 생각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고원은 번트 산맥 중앙에 자리했으며 맞은편에는 대협곡이 있어 성전이 벌어졌을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전략적 요충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