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7화. 대치
탕-!
소대원들이 경고용 총성을 울렸다.
순간 난민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곧이어 펼쳐진 광경에 피시볼은 온몸의 피가 굳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난민 대열의 선봉에 선 몇몇은 총성에 놀라며 두루마리를 둘둘 풀어내었는데, 그 안에서 나온 것은 다름 아닌 제1군이 사용하는 제식 소총이었다.
뒤이어 다른 이들도 분분히 자신이 가지고 있던 두루마리를 풀었다. 그 안에는 단검이나 삼지창 등 온갖 구식 무기가 들어있었다.
“함정이다! 다들 주둔지로 후퇴!”
피시볼이 소대원들을 향해 황급히 외쳤다.
“빨리 도망쳐!”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저쪽에서 빽빽한 총성이 터져 나왔다.
피시볼은 심지어 그 총알들이 자신의 귀를 스쳐 가며 내는 쉭쉭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주위의 풀밭에서는 총알에 가격당한 진흙이 사방으로 튀었고, 그를 제외한 아홉 명의 소대원은 분분히 머리를 감싸고 허리를 숙인 채 주둔지 쪽으로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