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3화. 격리

1023화. 격리

“그래? 왕성이 이미 무너졌다라…….”

장미 카페 안, 발키리스는 들고 있던 잔을 느릿하게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꿈속 세상에서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유리창에 맺힌 물방울들은 조금씩 조금씩 응집되다가 미끄러지면서 그녀의 비친 옆얼굴에 꼭 눈물처럼 흘렀다.

발키리스의 눈동자에는 복잡한 빛이 묻어났다.

사실 로렌은 전화로 발키리스에게 이 사실을 전했을 때 상대의 감정이 일렁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후 상대는 매우 빠르게 이곳에 이르렀고, 어찌나 걸음을 재촉했는지 바지의 종아리 부근에는 흙탕물이 잔뜩 튀어 있었다.

하지만 로렌을 마주한 뒤 발키리스는 먼저 나서서 그것에 대해 묻지 않고 그저 로렌의 설명만 묵묵히 들었다. 악몽 대군에게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순된 태도였다.

“몇 가지 한계 때문에 아직 결과를 조사하지는 못했어. 하지만 사후보고서를 보면 당시 가면이 신이 만든 신에 있었다는 것만은 확실해. 그렇다는 건 바텀리스로 가는 데 모든 장애물이 제거되었다는 거지. 우리는 이제 답에 한 발 더 가까워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