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화. 마력 저주
자초지종을 들은 로렌은 한동안 말없이 깊은 생각에 빠져있었다.
메이지의 말에 따르면, 이번에 마주친 악마는 인간과 놀랄 만큼 닮아있으면서 멀리서 보기만 했는데도 강력한 두려움을 안겼다고 했다.
라이튼이 음속을 초월하는 속도로 비행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상대와 눈이 마주쳤다고? 이에 비하면 괴수와 악마가 설원 위에서 뒤엉켜 참상을 빚어내고 있었다는 사실도, 거대한 골격을 자랑하는 괴물이 무기가 되어 진격했다는 이야기도 전혀 중요하지 않게 느껴질 정도였다.
라이튼의 정신을 차리게 하기 위해 메이지는 온 힘을 다해 그녀의 가슴팍을 쪼았고, 덕분에 겨우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메이지의 임기응변이 아니었다면, 반쯤 정신을 잃은 라이튼은 그대로 적의 품으로 돌진했을지도 몰랐다.
상처를 치유할 수 없는 이유는 메이지와는 관련이 없을 것이 분명했다. 메이지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를 다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