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화. 딜레마
“어쩌실 생각이신가요?”
아멜리아도 보고서의 내용을 다 살폈는지 물었다.
“이런 편지를 보내고 전달한 최초의 동기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 사람의 이름과 공적을 잊어서는 안 돼.”
로렌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그가 살던 이전의 세상이었다면, 긴 전쟁이 끝난 뒤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간첩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묘비에도 「그대의 이름을 알지는 못하나, 그대의 공적은 영원히 남으리라」라는 글을 새기는 것 정도밖에는 하지 못할 터였다.
하지만 마녀는 이런 곤란하고 안타까운 상황을 충분히 바꿀 수 있었다. 인류의 운명을 바꾸는 데 조금의 공헌이라도 한 전사라면, 반드시 역사 속에 그 이름을 새겨줘야 했다.
그것이 목숨을 바쳐 책무를 다한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였으니까.
“프로즌 왕국이 다시 제1군의 통제 아래 들어오게 되면, 검은 시장과 아샤에게 명을 내려 그 사람의 신분과 내력을 찾아봐야겠어. 만약 그때에도 이 전달자를 죽인 사람이 살아있다면, 그를 반드시 처벌해야 할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