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화. 자유의지
라인랜드 요양원의 방으로 돌아온 페이한은 방문을 걸어잠근 뒤 장식품 안의 녹음기를 분리해냈다.
겨우 쌀알만한 크기의 녹음기에는 재생 기능이 없어 반드시 리더기에 삽입해야만 그 안에 녹음된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데이터를 노트북에 전송한 그녀는 발키리스가 경기장을 떠난 그 순간부터 녹음된 부분을 선택한 뒤 재생 버튼을 눌렀다.
「지직⋯⋯지직⋯⋯」
「또 만나는군, 발키리스 양.」
로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다.
페이한은 입꼬리를 씩 말아 올리며 따뜻한 차를 한 잔 탔다.
오랫동안 계획해왔던 일의 성과를 충분히 누리기 위해서.
* * *
모락모락 김을 피워올리던 차는 점점 식어갔고, 결국에는 차가워졌다. 하지만 정작 차의 주인은 그 차에 입조차 대지 못했다.
나름대로 이런 저런 추측을 했고, 그 추측에 대해 확신이 있었지만, 막상 귀로 들은 이야기는 그녀의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