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5화. 새로운 전장
정신을 차리자마자 엄청난 격통이 온 몸을 덮쳤다.
하지만 침묵의 재난에게 이런 고통은 이미 너무나도 익숙한 것이었다. 전장에서 밀물처럼 밀려드는 적들과 악전고투를 벌이고, 붉은 연못에서 다시 깨어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그는 이미 그 숫자를 기억하지 못했다. 극한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일 때마다 강해질 수 있다면, 이런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그는 멍하니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붉은 연못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그 순간이 반복해서 재생되고 있었다.
착각인가?
바로 그때, 의식계에 파문이 일었다.
만약 그가 때 마침 탄생탑 아래에 자리해 있지 않았거나 또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가 아니었더라면, 그 미세한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을 터였다.
이런 파문이 등장하는 일은 결코 흔치 않았다. 최근에 이런 파문을 일으켰던 것은 종족 내에서 천재라고 일컬어지던 우스루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