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8화. 분쇄
「전달 : 어디 있어? 만나서 얘기 좀 하지.」
같은 메시지가 페이한의 휴대폰에도 떠올랐다.
좋아, 오늘도 다른 세상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적지 않게 얻게 되겠군. 기뻐하며 휴대폰 화면을 끈 그녀가 디펜더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게.”
안쪽에서 디펜더의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문을 열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 순간, 페이한은 티테이블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약간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녀를 발견했다.
부드러운 백발이 인상 깊은 소녀였다. 그녀의 키는 크지 않았고, 자연의 힘의 파동도 명확하지 않았다. 각성자의 자질로만 놓고 보자면, 그다지 출중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곁눈으로 상대를 슥 훑어본 페이한은 평소처럼 과묵하게 디펜더를 향해 고개숙여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