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6화. 위장
한나절의 시간을 들여 가장 가까운 마을에 이른 마빈은 당당하게 마을 영주의 저택으로 향했다.
원래 이곳은 별 이름도 없는 남작의 소유였으나, 그는 얼마 전 붉은 안개와 악마에 관한 소문에 겁을 먹고 마을을 떠난 상태였다.
마빈의 입장에서는 덕분에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이 영지는 아직 그의 소유가 아니었다. 그의 권한도 아직은 북쪽 경계에 자리한 네 개의 도시를 관할하는 것에 그칠 뿐이었다. 하지만 마빈은 카소 가문의 권력과 그 영향 범위는 앞으로 계속해서 넓어질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소집령에 따라 한자리에 모인 귀족들은 마빈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공작은 그들을 한 번 둘러보며 자리에 앉은 귀족들의 얼굴과 표정을 기억했다. 방 안에는 총 45명의 귀족들이 앉아있었는데, 그들 중 대부분이 기사였다.
개중에는 남작도 몇 명 있었으며, 신분이 가장 높은 것은 노던모스트 항구의 원래 영주인 나로스 자작이었다.